노후 준비가 막막한 진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숫자가 없어서입니다. 많이 모아야지라는 목표는 목표가 아닙니다. 목적지 없이 열심히 걷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목적지에서 출발해 오늘로 거슬러 오는 노후자금 계산 4단계를 안내합니다. 종이 한 장과 10분이면 됩니다.
한눈에 보는 4단계
| 단계 | 하는 일 | 예시 |
|---|---|---|
| 1 | 은퇴 후 월 필요액 정하기 | 월 300만원 |
| 2 | 남이 채워주는 층 빼기 | − 국민연금 110 − 퇴직연금 40 = 150만원 |
| 3 | 필요한 원금 규모 계산 | 연 1,800만원 ÷ 배당률 가정 |
| 4 | 오늘의 월 저축액으로 환산 | 남은 기간과 복리를 반영 |
1단계. 은퇴 후 월 필요액을 정한다
미래의 나에게 물어봅니다. 은퇴 후 한 달에 얼마면 원하는 생활이 되는가. 감이 안 오면 현재 생활비에서 출발하십시오. 은퇴 후에는 자녀 양육비와 대출 상환이 빠지는 대신 의료·여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 현재 생활비의 70~80% 수준을 출발점으로 잡는 방법이 널리 쓰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월 400만원으로 생활한다면 은퇴 후 목표는 월 300만원 정도로 잡습니다.
2단계. 남이 채워주는 층을 뺀다
목표액 전부를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과 퇴직연금·개인연금 예상액을 뺍니다. 국민연금 예상액은 국민연금공단에서 본인 기준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목표 300만원에서 국민연금 110만원과 퇴직연금 환산 40만원을 빼면, 내가 만들어야 할 월 현금흐름은 150만원입니다. 이 뺄셈이 주는 효과가 큽니다. 막막했던 목표가 월 150만원짜리 우물 하나라는 구체적 과제로 줄어듭니다. 다만 국민연금이 왜 이 정도 수준에 머무는지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유에서 소득대체율로 짚었습니다.
3단계. 필요한 우물의 크기를 계산한다
월 150만원이면 연 1,800만원입니다. 이 금액이 배당으로 나오려면 원금이 얼마나 커야 할까요. 배당률 가정으로 나누면 됩니다.
- 연 4% 가정 — 1,800만원 ÷ 4% = 약 4.5억원
- 연 5% 가정 — 1,800만원 ÷ 5% = 약 3.6억원
배당은 비확정이므로 가정은 보수적으로 잡을수록 안전합니다. 인출률까지 보수적으로 반영하면 목표를 조금 높여 잡는 편이 좋습니다. 이 숫자가 바로 막연히 많이를 대체하는 진짜 목표액입니다. 10억이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4단계. 오늘의 월 저축액으로 환산한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우물을 몇 년에 걸쳐 팔 것인가입니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복리를 넣으면 오늘의 월 저축액이 나옵니다. 기간이 길수록 복리가 일하는 몫이 커져 내 주머니에서 나가야 할 원금은 줄어듭니다.
같은 3.6억 목표라도 20년 남은 40대와 10년 남은 50대의 월 납입액은 크게 다릅니다. 복리가 일할 시간이 두 배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역산을 일찍 할수록 답이 가벼워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이에 따른 차이는 연령대별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숫자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역산이 주는 세 가지
- 불안이 과제로 바뀝니다 — 노후가 걱정돼가 월 얼마를 몇 년간이라는 실행 항목이 됩니다.
- 과잉 준비도 막아줍니다 — 목표가 없으면 불안해서 무리하게 되는데, 숫자가 있으면 현재의 삶과 미래의 준비 사이 균형점이 보입니다.
- 점검이 가능해집니다 — 매년 계획대로 커지고 있는가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산 후에 볼 것
숫자가 나왔다면 그다음은 그릇을 고르는 일입니다. 국내 세액공제 상품부터 한도까지 채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원금은 두고 배당만 꺼내 쓰는 구조가 무엇인지는 노벨상 기금 운용과 유배당보험의 공통점에서 다뤘습니다. 국내 세액공제 상품과 역외 저축의 순서는 IRP 퇴직연금 비교에서 정리했습니다.
노후 준비의 첫걸음은 상품 가입이 아니라 이 역산입니다. 오늘 종이에 4단계를 직접 계산해보시고, 나온 숫자를 들고 상담에 오십시오. 그 숫자가 있는 상담과 없는 상담은 완전히 다른 대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