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기금 운용과 유배당보험의 공통점

매년 12월,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상금이 지급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알프레드 노벨은 189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남긴 돈이 어떻게 120년 넘게 마르지 않고 매년 상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요.

노벨상 기금 운용의 원리를 들여다보면, 유배당보험의 구조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노벨 재단의 원칙 — 원금은 두고 열매만 딴다

노벨이 남긴 유산으로 설립된 노벨 재단은 단순한 원칙으로 운영됩니다.

원금은 계속 굴리고, 그 운용 수익으로만 상금을 지급한다.

만약 재단이 원금을 곶감 빼먹듯 꺼내 썼다면 기금은 오래전에 바닥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단은 기금을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에 분산 투자하며 원금 자체를 계속 성장시켰고, 매년 그 수익의 일부만을 상금으로 지급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 세기가 넘도록 상금을 지급하고도 기금은 처음보다 오히려 커져 있습니다.

유배당보험도 같은 구조로 작동합니다

노벨 재단유배당 저축보험
재원노벨이 남긴 유산계약자들이 낸 보험료
운용주식·채권·대체자산 분산글로벌 자산 분산 장기 운용
분배 대상수상자계약자
분배 재원운용 수익운용 성과에 따른 배당
원금계속 운용되며 성장계속 운용되며 성장

주체만 다를 뿐, 큰돈을 전문 운용으로 굴려서 그 열매를 정기적으로 배분한다는 뼈대는 같습니다. 배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복리 배당은 어떻게 가능한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개인이 이 구조를 직접 만들기 어려운 이유

그럼 내 돈을 직접 굴려서 우물을 만들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에게는 어려운 조건들이 있습니다. 기관에 맡긴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는 것인지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 맡길 이유와 고르는 5가지 기준에서 정리했습니다.

  • 규모 — 노벨 재단이나 글로벌 보험사는 수십조 원 단위의 자산을 굴립니다. 규모가 커야 접근 가능한 투자처와 협상력이 생깁니다.
  • 전문성 — 100년 이상 축적된 운용 조직과 노하우를 개인이 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 감정 — 개인 투자자는 시장이 폭락할 때 공포에 팔고 오를 때 욕심에 삽니다. 기관의 시스템 운용은 이 함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흉년에도 배당이 나오는 이유 — 스무딩

노벨 재단도 시장이 나쁜 해가 있었지만 상금 지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좋은 해에 쌓아둔 여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배당보험의 스무딩 기법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풍년의 초과 수익 일부를 적립해뒀다가 흉년에 꺼내 배당의 변동폭을 줄입니다. 다만 스무딩은 변동을 줄이는 장치일 뿐 배당을 보증하는 장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곳간이 아니라 우물을 만드는 것

우리에게 익숙한 노후 준비는 곳간 채우기입니다. 열심히 벌어서 목돈을 쌓고 은퇴 후 그 곳간에서 매달 꺼내 씁니다. 곳간형 자산의 문제는 명확합니다. 꺼내 쓰는 순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곳간형 자산을 가진 은퇴자는 평생 같은 불안을 안고 삽니다. 이 돈이 나보다 먼저 바닥나면 어떡하지.

우물은 다릅니다. 매일 물을 길어 써도 다음 날이면 다시 차올라 있습니다. 우물형 자산이란 원금은 그대로 두고 거기서 나오는 배당만 꺼내 쓰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은퇴 생활의 질문이 바뀝니다. 곳간이 언제 바닥나지가 아니라, 이번 달 우물에서 얼마가 나왔지로.

사실 이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큰돈들은 이미 전부 우물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노벨 재단 — 기금 원금을 굴려 그 수익으로 120년 넘게 매년 상금 지급
  • 대학 기부금 펀드 — 하버드, 예일 등은 기금 운용 수익으로 장학금과 연구비 충당
  • 건물주의 임대수익 — 건물은 그대로 두고 월세만 받는 구조

부자들이 편안한 이유는 곳간이 커서가 아니라 우물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살 수 없는 평범한 사람에게도 우물을 만드는 방법은 있습니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해 원금을 만들고, 그 원금이 글로벌 시장에서 운용되며 배당을 만들어내면, 은퇴 후 그 배당을 인출하며 생활하는 것입니다. 시작 나이에 따라 우물의 깊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연령대별 시뮬레이션에서 숫자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 관심이 몰리기 시작한 배경은 해외 자산 분산에 정리했습니다.

노후 준비의 목표는 큰 곳간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우물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저축이 곳간을 채우는 일인지 우물을 파는 일인지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우물에도 조건이 붙습니다. 물이 차오를 시간을 줘야 하고, 중간에 파던 것을 멈추면 안 됩니다. 그 조건이 안 맞는 경우는 조기 해약 시 환급금 구조에 정리해두었습니다. 그 우물에서 실제로 물을 긷는 방법은 은퇴 후 월 배당 — 마르지 않는 인출 설계법에서 다뤘습니다.

댓글 남기기